하반기 주식 시황에서는 금리 인상 중단에 따른 시장 금리의 하락이 핵심입니다. 금리 인상으로 가장 피해를 받은 업종은 풍력이며, 일본은 자발적인 개혁 의지에 기반하여 투자 사이클 확장과 디지털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의 S/W 변화에서 수혜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반기 전망 주요 포인트, 첫번째 금리인상의 반전
하반기 주식 시황에서 주목할 만한 매크로 이슈로는 1) 연준 기준금리 인상 중단과 2) 상반기 일본의 강세가 있습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중단은 유동성 환경을 좌지우지할 이슈이므로 당연히 중요합니다. 또한, 일본은 최근 시장 자체의 강세와 함께 한-미-일 공급망 협력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와 함께 이슈를 공유할 국가로 기대됩니다.
금리인상 중단 이후가 더 어려울 것
1960년대 이후 인플레이션 상승기 이후를 보면 물가상승률 정점 이후 0~3개월 이후 기준금리 인상은 멈추었고 지수는 시장금리 하락과 함께 상승탄력을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경험적 사실에 근거해 주식시장을 둘러싼 매크로 상황의 변곡점으로 기준금리 인상 중단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중단 시기는 핵심물가 상승률과 기준금리가 맞닿을 때로 예상되었는데, 5월 FOMC 기준금리는 5.00~5.25%이고, 4월 핵심물가 상승률은 5.5%를 기록했습니다. 곧 금리인상의 마무리 단계가 머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인상 중단 이후의 그림을 다시 한 번 그려볼 시간입니다.
인상 중단을 변곡점으로 짚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의문은 두 가지였습니다. 1) 금리 인상 중단 전후로 주식시장은 낙폭을 키운 사례도 적지 않다는 점과 2) 금리인상의 중단이지만 당분간 높은 금리 레벨은 유지될 것이니 경기는 더 위축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때문에 이번 분석에서는 유사 사례 평균의 함정보단 케이스 별로 접근했습니다.
2가지 의문에 맞춰 참고가 될 수 있는 사례는 총 5차례인 1980년, 1989년, 1995년, 1997년, 2006년입니다. 경제의 기초 금리 체력을 의미하는 자연이자율과 대비해 기준금리가 어느 정도 높은 수준인지를 고려해서 긴축의 강도를 측정했고, 동 시기들은 해당 기준 하에서 +1표준편차 이상의 긴축 강도에서 금리인상의 중단과 고금리가 2개 분기 이상 지속된 시기입니다.
금리인상 중단 이후 주식시장 성과는 전반적으로 양호
해당 시기 인상 중단 이후 주식 시장 성과는 양호했습니다. 1980년을 제외하고 1989년, 1995년, 1997년, 2006년 모두 첫 번째 금리 인하까지 상승 추세를 보였습니다. 업종별로는 1989년에는 헬스케어, 비내구재, 통신 등 경기 방어 업종이 우세했고, 1995년, 1997년, 2006년에는 IT, 경기 소비재 등 경기민감 업종이 상대적으로 우세했습니다.
물론 평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됩니다. 그래도 우선 상승한 시기와 하락한 시기 간 차이를 먼저 구분한 후, 상승한 시기별 내용을 보면 조금 더 명확한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승과 하락을 나눈 원인은 시장금리
1980년이 하락한 이유는 금리(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1980년을 제외한 해는 장단기 금리가 금리 인상 중단 이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리 인상 중단의 신호를 변곡점 요소로 뽑은 연간 전망이 그 이유입니다. 기준금리가 멈추면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인 유동성은 완화효과를 가지게 됩니다.
반면, 1980년 3월의 물가 상승률은 8월에 다시 두 자릿수로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10.8% YoY). 금리 인상 중단에도 장단기 금리는 계속해서 상승했고 경기는 더블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기준금리는 멈추었지만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시장 유동성 완화효과를 주지 못한 것입니다.
현재는 어떤 상황인가요? 이전 연간전망에서 기준금리는 4.00%에 대표적인 시장금리인 모기지 금리는 7%를 상회했습니다. 반면, 현재는 기준금리가 5.25%로 오르긴 했지만 모기지금리는 6%대로 내려와 있는 상태입니다. 포워드 가이던스 덕분에 실제로 멈추지는 않았지만, 점차 시그널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물가에 대한 노이즈는 아직 불확실성 요소지만, 상승률 둔화가 이어져 주면 인상 중단은 분명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입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외생적 충격과 내생적 문제때문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다면, 다음은 높은 금리 레벨로 인한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금리인상 중단 이후 잦은 빈도로 경기침체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주식시장에 큰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는 외생적 요인과 내생적인 요인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생적인 요인은 통제할 수 없는 Shock이며 내생적인 요인은 금리 레벨로 인해 벌어진 이벤트입니다. 그러나 외생적 요인이 고금리 장기화 시기에 벌어졌다고 해서 그 충격을 높은 금리 때문이라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큰 조정을 거친 경우(1989, 1997)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나눠보았습니다. 상기한 두 시기의 조정의 이유는 각각 걸프전과 LTCM이라는 외생적 충격 때문이었습니다. 이를 제외하면 어떠한가요? 내생적 위기라 볼 수 있는 것은 크게 보면 2008년 금융위기라 볼 수 있겠으나, 현재는 당시의 학습효과로 상당히 정책의 대응이 빠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리의 전달경로
금융 위기와 같은 시스템 리스크의 위기 경로는 1) 월스트리트, 2) 메인스트리트 경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금융 경로를 살펴보면, SVB 발 은행 위기, 상업용 부동산 관련 우려 등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 기관의 파열음임이 분명합니다. 또한, 예금 금리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판단되며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국채 미실현 손실은 연방준비은행의 BTFP가 국채/MBS를 담보로 손실의 실현을 방어해주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재할인 창구에서의 은행들의 자금 차입은 상대적으로 더 조건이 좋은 BTFP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아직 절대적인 차입 금액도 3월보다 적은 수준이기 때문에 은행들의 자금 부족 상황도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의 키는 연체율로 본다면, 연체율이 높아져야 곧 담보로서 경매에 넘어가고 가치가 크게 손상되며, 미실현 손실이 손실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아직 코로나19 이전 대비해서는 낮거나 유사한 수준입니다. 연체율과 은행 예금 금리의 지속적인 상승이 지속된다면 분명 큰 문제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아직 그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월스트리트의 우려가 메인스트리트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대출 태도의 약화 경로입니다. 대출 경로의 약화는 곧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 때 기업체의 구조 조정 또는 파산이 실업과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 관점에서는 신규 대출과 파산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신규 대출은 새로운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이기는 하나, 현재 이자 비용 부담이 크지 않거나 부채가 높은 수준이 아니라면 구조 조정과 파산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입니다.
정책 투입 + 시장금리 하락
매크로 환경은 시장 금리의 완만한 하락 속에서 위험 자산에 대한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기서 가장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업종은 무엇일까요? 시장 금리 하락이 위험 자산에 미치는 영향은 1) 투자, 2) 소비, 3) 밸류에이션 개선(수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수요가 경기와 무관하다는 가정 하에서 대규모 자금 투자가 필요한 수주 산업도 금리 하락의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피해를 입은 업종은 신재생 에너지 업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재생 에너지는 정책에 기반한 경기 무관한 수요를 가진 산업입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업종입니다. 풍력 기준 신재생 에너지 발전 단지 자금은 PF(Project Financing)의 대출 자금 조달이 80%이며 초기 Capex 비중이 큽니다. 초기 자금력과 금리 수준이 수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할인율 관점에서도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큽니다. 할인율은 프로젝트의 매력도 관점에서 소요되는 기간(N)에 대한 현재 가치를 고려할 때 중요한 요소입니다. IRR 매력도가 크지 않으면 금리 인상 기간에 신규 투자 유치는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가 느끼는 매크로 압박은 Capex, Discount rate, N으로 표시됩니다. 각각 자금력, 할인율, 프로젝트 기간입니다.
Capex와 Discount rate는 앞으로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해상풍력특별법’이 프로젝트 허가 기관과 절차를 간소화해 정책적인 불확실성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N을 줄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Vestas는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을 매크로 압박 중 하나로 언급했는데,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함께 초당적인 해상풍력특별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하반기 통과가 기대됩니다. 이는 신재생 에너지에 트리거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더불어 현 정부는 태양광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수소 발전은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요건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발전사들의 RPS 충족을 위한 선택지가 줄어든 것입니다. 해상풍력 이외의 대안이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10차 전력수급 기본 계획(2023년 1월)에서는 공격적인 목표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발전 사업 허가는 20.8GW입니다. MW 당 60억원의 사업 비용을 가정하면 120조원이 넘는 시장이 개화하는 시점입니다. 금리 환경이나 정책 환경 모두 신재생 에너지에 우호적인 하반기가 예상됩니다.
하반기 전망 주요 포인트, 두번째 일본의 반전
연초 대비 주요국 증시의 수익률은 일본의 TOPIX가 글로벌 주요국 중 가장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는 Warren Buffett이 “일본에 대한 투자는 끝나지 않았다”고 발언하면서 일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일본 종합상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본의 상승 추세가 일시적인 것인지, 그리고 왜 일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욱 관심이 필요합니다. 한-미-일 협력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 이슈로 일본의 전반전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증시 상승의 이유는 실적이 좋아진 것입니다. 글로벌 증시 중에서 실적 상향이 두드러지는 국가는 일본과 유럽입니다. 12M Fwd. EPS를 보면 미국과 한국은 하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과 유럽은 상향 조정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가 수익률 관점에서 주도 업종은 경기소비재, IT, 산업재, 금융 등이고 실적 상향도 해당 업종에서 두드러집니다. 유럽 같은 경우 에너지/제약/명품이 주도주로서 이해되나 일본은 글로벌 제조업 환경이 악화되어 있기 때문에 경기민감업종 중심의 실적 상향은 특이 현상입니다.
따라서 업종 수준보다 더 나아가 실적이 상향되는 종목들을 세부적으로 열어보면 광학센서, 집적회로 등 IT 부품과 전선/전력계통과 자동차/반도체로 구분됩니다. 이들의 강세는 일본 수출에서 증명됩니다. 한국이 수출 악화 속에서 공급망 변화의 수혜를 받는 특정 업종이 있듯이, 일본 또한 대외 인프라 수요에 힘입어 글로벌 전력망 확충에 따른 전력계통(전력량계, 통신모듈, 집적회로) 등의 수출이 좋았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종목들이 알파 종목이었지만 일본은 이들이 주도주였습니다. 다만 해당 제품들의 수출 모멘텀은 기저 효과와 함께 다소 둔화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디지털화: 민간과의 양방향 소통이 진행중
일본의 GDP에서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일본의 디지털화와 연관이 크다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1) 정부, 2) 산업, 3) 디지털화 기초와 기반으로 전반적인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과거와 달리 민간에서도 디지털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것이 중요한 점입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생활을 경험하고 효율화의 필요성을 느낀 결과입니다.
2020년부터 ITR의 IT 투자 지수가 상승하며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단칸 설비 투자 계획도 연도를 거듭하면서 상승하고 있습니다. 또한, 50% 이상의 기업이 DX 관련 부분에 예산을 편성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디지털화에 알맞은 소프트웨어가 투자의 중심이 되고 있으며, 2023년에는 1위 전자계약/계약관리, 2위 AI/머신러닝, 3위 5G, 4위 IoT가 신규 도입 가능성이 있는 분야입니다. 투자 증감 지수는 1위 BI/데이터 분석, 2위 5G, 3위 SaaS입니다.
격차가 누적된 만큼 더 역동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일본은 선진국이면서 디지털화 여력이 큰 것이 특징으로, 신흥국 대비 수요 여력이 크고 안정적입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예상보다 더 역동적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은 +80%, 프랑스/독일은 +40~60% 정도의 투자를 늘려왔지만 일본은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1년 추경에서 ICT 투자에 1년 과학기술진흥비보다 더 큰 예산을 배정하기도 했습니다.
해외 기업들도 일본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TSMC, Google, 마이크론, 에퀴닉스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일본 현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거시적으로 일본으로 유입되는 FDI 금액은 2021년부터 2배 이상 급증하며, 해외 투자처로 핫한 인도와 유사한 수준까지 상승하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10년 동안 공공 및 민간 부문에 150조엔 이상을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과는 S/W 협력 가능성
기시다 총리의 목표는 지난 주 진행된 정부 AI 전략 협의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첫 회의는 5월 11일에 개최되었으며, 대규모 언어 모델인 Chat-GPT와 같은 일본어 버전이 부재하다는 사실을 인식했습니다. 그 결과, 대규모 언어 모델이 없으면 중장기적인 미래 사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첫 회의의 주요 주제였습니다.
한국은 일본의 디지털화에 있어 H/W 및 S/W 모두의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간의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공급망 협력 이벤트가 많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다만 H/W 부문은 좀 더 구체화가 필요하며, 이미 일본이 잘하고 있는 부문이기도 하므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해제 등의 이해관계는 우리나라와 방향성을 잘 고려해야 합니다.
반면 S/W 부문에서는 일본이 디지털화에서 뒤처져 있기 때문에 레벨 업이 필요합니다. 일본 내 스타트업이 B to B S/W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AI 전략회의에서는 이 부문에서 당분간은 해외와의 협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부문에서 네이버의 약진이 기대됩니다. 일본 정부의 AI 전략에서는 ‘클로바’를 가진 라인이 중심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클로바’는 네이버와 라인의 AI 공동 브랜드로, 네이버의 하이퍼 클로바는 일본어 언어 모델 규모를 확대해 언어당 파라미터를 2,040억 개로 확대했습니다. 일본 시장에서 메신저와 B to B SaaS는 AI 침투 확대의 교두보입니다. 라인 메신저와 라인 웍스는 일본 내 점유율이 50%를 상회합니다.
데이터 수집 면에서나 기술 침투 관점에서나 네이버/라인의 연합이 유리합니다. 네이버는 올해를 본격적인 일본 침투의 시점으로 삼으며, 마이스마트스토어 정식 런칭 및 AI 검색 등의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일본은 E-commerce 침투 여력도 높기 때문에, 기술 침투와 함께 리레이팅에 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일본 웹툰 시장 진출, 빅테크 기업
지난 달, 애플은 일본 Books 앱에서 세로 읽는 만화(Tate-Yomi-Manga)와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이후 51개국으로 확장할 예정입니다. 애플은 이를 위해 작년 12월에 국내 웹툰 기업 케나즈와 3년 동안 웹툰 독점 계약을 체결했으며, 한국과 일본에서 전문 웹툰 작가 양성 프로그램 ‘케나즈 웹툰 아카데미’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케나즈는 약 140명의 작가가 소속된 웹툰 기업으로, 현재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원작자와 웹툰을 제작 중입니다. 또한, 프랑스 인기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3부작> 또한 웹툰으로 기획 중입니다.
아마존은 최근 일본에서 ‘플립툰’이라는 이름으로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플립툰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감상할 수 있는 세로 만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현재 제공되는 작품은 미스터블루, 키다리 스튜디오, 레진 코믹스 등 국내 웹툰 기업의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감상한 작품의 앞선 에피소드를 감상하고 평균 23시간이 지나면 다음화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도 런칭되었습니다. 이는 국내 웹툰 플랫폼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채택하고 있는 프로모션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애플과 아마존이 모두 국내 웹툰을 공급받아 일본에서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작하는 방식으로 웹툰 사업에 진입했다는 것입니다.
일본 전자 만화 시장의 성장
일본은 세계적인 만화 강국으로, 2022년 전체 만화 시장 규모는 약 6천 8백억엔에 달합니다. 일본 만화 시장은 주로 책 형태로 인쇄된 종이 만화를 소비해왔으나, 2019년 전자 만화가 종이 만화를 앞지르기 시작하면서 종이 만화의 규모는 점차 감소하고 있습니다. 반면 전자 만화는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 만화가 모두 웹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아직 종이 만화를 그대로 스캔하거나, 종이 만화를 웹툰화한 컨텐츠가 전자 만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의 만화는 디지털 방식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웹툰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본 출판과학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일본 만화 플랫폼 순위 1위, 2위를 네이버 라인망가와 카카오 픽코마가 각각 차지하고 있으며, 네이버가 인수한 이북재팬과 NHN의 코미코 또한 8위, 11위에 달합니다. 사용자 수 기준으로 보았을 때도 월간 사용자 상위 7개 중 라인망가와 픽코마가 절반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본 디지털 만화의 한계는 이러한 일본 웹툰 시장에서의 국내 업체의 약진의 배경 중 하나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들이 일본 웹툰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배경으로는, 편집자의 권한이 강한 일본 만화 제작 문화가 꼽힙니다. 일본에서는 우선 편집자가 신인 작가를 발굴해 데뷔까지 육성합니다. 데뷔 이후에도 작가에게 각각 담당 편집자가 있으며, 편집자들을 관리하는 편집장까지 최소 세 명 이상의 사람이 만화 제작에 관여합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작가 개개인의 자유도가 저해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웹툰 작가들은 시나리오부터 콘티까지 작품의 진행 방향을 혼자서 결정하며, 자유롭게 그리고 자유롭게 공개해 높은 자유도가 보장되고 이는 일본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웹툰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한 애플, 아마존 등의 빅테크들이 일본을 시작으로 새로운 웹툰 시장에 진입했으며, 추후 글로벌 확장 계획 또한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웹툰 시장에서의 경쟁 구도가 다각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